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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공성

공공성 가치 구조를 포착하고 측정하는 작업

검은콩콩 2021. 3. 25. 13:06

공공성은 사람들이 으레, 응당, 경험적으로,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 공유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갖가지 분석 방법론도 다 그렇게 모아 있는 혼합된 구조를 해체하고, 들여다 보기 위한 도구들이다. 그렇게 나는 현재 이 시점에 형성된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다. 여러 선행연구들이 밟아온 길 위에 있는 희미한 발자국들을 쫓아서 내 나름대로 조금씩 발을 내딛어본다. 그러다보면 나름의 경계가 보이고,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점차 어떤 구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구조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지금 이 시점에도 끊임없이 모습이 달라지며, 내가 그 구조를 인식하는 순간에도 이미 변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아는 선형적이거나 정물적인 구조가 아니라,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구조를 포착하려들고, 측정하고자 든다. 그러는 이유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과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마다 우리의 행위들과 생각들 하나하나가 모여 이러한 형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함께 인식하고, 이를 서로의 언어로 이해하는 순간, 또 한 번의 도약이 일어난다. 

 

단순히 인식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에 영향을 받아 그 구조가 더욱 요동치는지, 그 인과관계도 밝히려고 든다. 그렇지만 인과관계에 따라 그 구조물이 바뀌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 구조물은 자연적으로 사람들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데, 사람들의 생각은 늘 인과관계에 따라서만 요동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충동적으로, 경험적으로, 일탈적으로, 대충, 편해서, 즐거워서, 여러가지 인과관계로 보기 어려운 상태 위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그 행동을 설명하려 들지만, 때로는 비과학적으로 그 행동이 설명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 행동이 설명되는 순간, 비과학적인 것은 과학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통제되지 않은 자연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그 관계, 구조를 포착하고, 설명하려고 애쓴다. 이를 위해, 더더욱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관점들을 이리저리 적용해보려고 노력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보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비이성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사람들의 많은 행동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나도 공공성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혼합된 구성체를 분해하고 설명하고자 이런저런 관점과 아이디어를 내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공공성은 사람들의 생각이 가진 영향력으로부터 형성되는 '가치'를 담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사람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 구조에 기반하여, 데이터의 수집부터 분석, 해석까지 모든 과정을 혹독하게 평가하게 된다. 질적 데이터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 평가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단,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살짝 위로 든 채로 평가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그렇게까지도 이 연구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또 뻔한 얘길 써놨겠지, 혹은 이런 걸 굳이 인터뷰까지 하면서 알아냈어? 이런 반응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내가 질적 데이터에서 어떤 하나의 가치 개념을 끄집어 내는 것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두렵다. 함부로 꺼내들기가. 그래서 자꾸 양적 데이터들을 모으고 싶은 충동이 드나보다. 우선 질적 데이터로 말랑말랑하고 연약한 살결들을 만들고, 그 위에 양적 데이터로 철갑을 둘러싸서 든든하게 보호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 상태로는 어딜 내보내도 막 욕 먹거나 돌팔매질 당해도 끄덕없는, 그런 강인함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선행연구들이 밟아놓은 발자국들을 따라가기도 허덕인다.

 

요 며칠은 그냥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괴롭고 모르겠고 고통스럽고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한 건 없고 조급해지고 짜증도 나고 계속 정신병자 같은 순환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아주 잠깐, 오, 그런 거였어? 아 완전 신기해. 내가 이런 걸 공부하고 있었구나. 문득 깨닫는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좀 많이 있으면 너무 즐겁고 재밌고 행복하고 세상 모두에게 감사한 기분이 들텐데, 문제는 그런 순간들이 찰나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혼자 있어서 그런가? 작년엔 내 머릿 속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기존에 그어져 있던 지식의 경계선들이 마구 움직이고, 원래 갖고 있던 생각들이 매일같이 와르르 무너지는 바람에 고통스러웠다. 매일같이 달라지는 구조에 지쳐만 갔다. 요새는 그런 건 잘 없는데, 정리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하나씩 해서 문제지만, 속도가 도통 나질 않는다. 뭘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벌써 3월도 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