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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공공 나무집
누구를 위한 공공성 연구인지 본문
교수님과의 지난 번 대화에서 깨달았는데, 내가 취미생활 영위를 위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로, 연구를 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나는 육아와 직장 생활로 바쁜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필요한 게 뭔지 알고자 하였는데, 이제는 방향이 바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상황이 "먹고 살만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얘기하다보니, "생존"을 위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내가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코로나19는 생존 위기를 몰고 왔고, 우리 일상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우리 모두, 누구 하나 비켜가지 못하고 코로나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 시기에 도서관은 더이상 "먹고 살만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생존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
처음 대학원에 와서 교수님 수업을 듣고 쓴 논고가 "문학번역가"를 대상으로 필요한 게 뭔지를 밝히는 정보요구 연구였다. 당시 나는 문학번역가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걸 여실히 목격하고 있었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를 밝혀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나는 다시 "작가"와 "작곡가" 등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공공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공공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걸로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공공성이 강화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제안하기 위해서이다. 이 사회에 사는 개개인 모두는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를 통해 그들이 필요한 것을 얻는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정치력도 없고, 활동가로서의 역량이나 의지도 없고,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연구를 하고 싶다. 물론 연구를 안정적으로 하려면 돈이 있어야겠지만... 아 갑자기 우울하다. 하우스푸어의 길을 걷게 되니 더더욱 대출금 갚을 생각에 결연해진다....... 학자금 대출도 있는데..... 휴....... 여튼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내 의지만 있다면, 수많은 논문을 보고, 책을 보고, 주변의 말들과 소리에 자극을 받아가며 배우고 익히고 그걸 글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 내 연구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생존을 위한 사람들"로 눈을 돌려야 하겠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서비스의 특성을 밝혀야 하겠다. 지금까지 새로 인터뷰를 2건을 한 결과, 그들은 굉장히 융합적인 문제에 처해있고, 이를 해결하려면 융합적인 정보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단일적인 정보 제공이나,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일회성의 프로그램으로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가 없다. 그들은 공공서비스를 "실질적이지 못하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진짜 실질적인 서비스가 되려면, 정보와 서비스를 모듈화시키고, 이를 그들이 각기 필요한 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모듈에 접근해서 구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결코 엄두를 낼 수 없는, 정말 1분 1초가 돈과 생존으로 직결되는, 그런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접근성의 확대가 공공성의 기본 요건이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듣던 지난 학기, 공공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공무원, 활동가, 사서, 관장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거기서 공공성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인식 속에서 공공성의 개념을 구성하고자 했다. 당시 녹록치 않은 다른 수업들도 듣고 있었고, 프로젝트도 하던 터라, 시간이 없는 와중에 이러다 진짜 죽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을 안 자가며 몇 달을 버티면서 연구를 했었다. 그래서 얻은 주요한 수확이 있다. 내 논고에 대해 교수님이 데이터가 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즉 공공성의 구현방식을 연구했다는 코멘트를 주신 것이다. 반면, 조직 외부 사람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공공성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인터뷰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조직 내부와 외부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제, 이걸 연구계획서로 써야 하는데, 좀 막막하다. 교수님이 질적 연구를 강조하신 건, 이 과정을 통해 연구의 틀을 만드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직 외부와 내부의 사람들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차이를 데이터로 밝히면서 내 연구의 틀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올 1월에 공공성으로 학위논문을 쓰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서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었다. 연구계획서를 쓰기 위해 그간 작성한 면담회의록과 회의자료를 쭉 살펴봤다. 신기하게도,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공공성이 지난 학기와 지금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게 보였다. 이게 바로 교수님이 말씀하시던 공공성에 대한 나만의 틀인가보다. 이제는 "생존"의 관점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공공성의 개념), 어떻게 하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혜택을 줄지(공공성 강화 요건) 발견해낼 필요가 있다. 그걸로 양적 연구 모형을 구성하고, 조직 내부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증을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내부와 외부 사람들의 인식 비교가 중요할지, 아니면 외부 사람들의 인식에 집중하는 게 좋을지는 교수님께 여쭤봐야겠다.
그러니까, 공공성은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먹고 살만한", "문화생활/취미를 향유하기 위한"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해", "정보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또한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누구"라는 경계가 있기 보다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곳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공공성의 혜택을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공공성을 강화시켜야 할 책무를 지닌 곳이 도서관이다. 누군가에게 도서관이 "안정적인 직장"이거나, "적당히 이용해먹기 좋은 구실거리" 같은 걸로 생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통해 보편적인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기회를 쉽게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도서관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신념을 말하기에는 정말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 할 수 있는 건, 발로 뛰고 힘들게 얻어서 살아있는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그걸 근거로 도서관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로 나는 정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자 노력하는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정말로 실천적인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계속 물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결과가 과연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활동가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에서 연구로 끝나면서 자위하는 그런 연구가 되지 않도록 계속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박사과정은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셨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나갈 것인지, 내가 해나갈 연구와 그 방향성을 정해나가는 시기이다. 단지 학위논문을 빨리 받고 졸업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아. 물론 빨리 졸업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게 목표가 되기 보다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불완전한 정신상태와 감정적 동요를 겪어가며 내 찐 연구를 찾아낼 때, 그 연구가 비로소 완성이 될 때, 나는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빨리 그 과정을 가려고만 하지 말고, 느리더라도 뚜벅뚜벅 모든 것을 흡수해가면서 걸어가자. 오늘은 잠을 8시간 이상 자고, 생각도 많이 했더니, 비로소 좀 정상 같다. OO이 어제 부모님댁에 간 덕분인데, 그래서 정말이지 OO와 부모님께 감사하다. 잠을 자니 비로소 막 연구 생각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연구계획서를 써야하는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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